우연히 만난 국선도

이문희
2017년 12월 23일 토요일 오전 11시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데 나는 왜 피곤할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그 질문을 안고 시작한 것이 국선도 수련이었다. 석 달 이상 새벽에 수련을 하고 있다. 내가 새벽수련을 하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말한다. 대단한 결심을 했고 국선도를 오래 전부터 하고 싶어 했나 보다고^^. 대단한 결심도 아니고, 국선도를 알았던 것도 아니다. 정말 우연히 인터넷에서 요가원이나 댄스학원을 찾다가 오륜빌딩 10층 여의도수련원도 한번 들려본 것이었다. 그러니까 국선도와의 인연은 정말 우연인 것이다. 우연인데, 분명 우연인데, 마치 53세가 되면 국선도 수련을 하라는 하늘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새벽에 눈이 떠지고 수련원을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국선도 수련 시작 전 내 몸은 이랬다. 오른쪽 어깨는 오십견 인지 근육질환 인지 이름도 모를 병명으로 겨우 밑으로 내리고만 다녔지 위쪽으로 올릴 수도 없었다. 뒷목은 언제나 뻐근하고 등은 무감각했다. 특히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은 자주 붓고 통증이 있었다. 오른쪽 무릎 안쪽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쑤실 때가 있었다. 그리고 밤에 잠을 잘 때는 중간에 두 번 정도 깨서 한참 만에 다시 잠들곤 했다.
이랬던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라면 밤에 잠들면 깨지 않고 푹 자는 것이다. 이렇게 잠을 푹 잘 수 있게 된 몸은 새벽 수련을 이어갈 수 있게 했다. 들어 올리지도 못했던 어깨와 쑤셨던 무릎통증도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화초에 정성을 쏟는 정원사처럼 살펴주시는 원장님의 눈길과 손길은 내가 내 몸을 살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반드시 몸이 좋아지는 것만은 아니다. 3주 전 부터는 오른쪽 서혜부가 수련을 시작 하기만하면 아프다. 발 등은 2주 간격으로 동그랗게 부어오르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몸이 조금 아프기라도 하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보면 나는 목이 약하다. 그래서인지 거의 한달 가량 중이염을 동반한 기침 감기로 힘들기도 하다.

새벽에 수련원을 다니니 감기가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몸의 이상 증세를 의사의 진단이 아닌 자기 스스로 진단하고 조금씩 조금씩 고쳐나가는 즐거움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단 말인가! 내 몸을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것이 국선도가 주는 첫 번째 즐거움이다. 그리고 국선도 새벽수련이 나에게 주는 두 번째 즐거움도 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단전에 의식을 집중하고 호흡을 하는데 5분도 안되어 온갖 잡념들이 올라온다. 오늘할일은 물론이고 어제 있었던 사건사고들.
단 몇 분도 복잡한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수련원에서는 집중하지 못했더라도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조금은 더 차분하고 단단해 지고 있다. 이 두 가지 즐거움으로 아주 오랫동안 국선도와 수련원을 떠나지 못할 것 같다.

2018.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