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수련원 김성신

영어표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When pigs fly" 말 그대로 돼지가 하늘을 날 때에나 가능하다는 뜻으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비아냥거리는 말입니다.

수련 4개월 후에 처음 쓴 수련기에선 용감하게 돼지에서 독수리로의 비상을 꿈꾸는 호연지기를 보였으나 현재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는 그 빛이 많이 바랬습니다. 원장님이 수련 3개월 후가 가장 구구절절 변화를 실감하는 글이 잘 나오는 때라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납니다.

수련 5개월 후쯤, 다리를 팔꿈치에 올려서 버티는 자세는 전에 원장님이 도와주셔서 가능했지만 바로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것은 늘 묘기로 보이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집에서 축법을 연습하다가 안전상 늘 벽에 기댈 수 있는 장소로 이동을 해서 연습하곤 했는데 그날은 벽까지 가는 것도 귀찮아져 그냥 거울 앞의 체조하던 매트 위에서 한번 선배수련생님들이 하던 모습을 기억해 비슷하게 시도했더니 신기하게 다리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직 오래 버티진 못하지만 어쨌든 잠시라도 그런 자세가 나온다는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초심을 잃어버리게 된 계기는 여름 휴가였습니다. 휴가를 조용히 한곳에서 여유 있게 즐기는 성격이 못 되고 1주일 동안 남편과 자동차로 전국일주를 하는 스타일이라 여독에 절어 수련을 게을리 하게 된 것입니다. 날은 또 왜 그리 덥고 습한지 집에 돌아와서도 피로 회복에 며칠이 걸리고 그렇게 리듬이 깨지다 보니 수련장 가는 것을 자꾸 건너뛰게 되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약 3주를 보내고 다시 수련장에 마음을 잡고 나가 보니 몸무게는 2kg 정도 늘었고 몸은 어느새 도로 굳어 3주 전에 되던 자세가 현저하게 나오지 않고 호흡도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제 몸은 그저 빨리 굳어지고 부서져 흙이 되어 다른 맘에 드는 주인을 찾고 싶은 모양입니다. 꾸준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비오는 날 쓰레기 분리수거하러 나갔다가 비를 피하고 있는 길고양이 새끼 한 마리가 꼬리로 몸뚱이를 싹 감고 똑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잘 못 먹고 다녔는지 몸피는 호리호리하고 길 위의 생활이 녹록치 않아 보였지만 자세에서 보이는 마음가짐엔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산책을 나선 길에서 역시 비를 피해 건물 입구 안쪽에 누워 마치 자기 집 안방에서처럼 편안하게 몸을 왼쪽 오른쪽으로 쭉쭉 늘이면서 놀고 있는 또 다른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수련은 힘을 들여 애를 쓰며 끙끙거리며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긍정적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무리가 없도록 즐겁게 춤추듯 동작하는 것이라는 원장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1kg가 빠지고 건강검진에서는 몸을 쭉 폈더니 키가 1cm 늘었습니다. 즐겁게 굴러 고양이 척추에 도전하겠습니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도해주시는 ‘길’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8월 31일

自在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