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도 수련기

                                                                                 여의도수련원 김대식

 (가). 입도동기와 기초수련

 몇 해 전부터 찾아온 오십견은 밤낮으로 나를 괴롭혔지만 나이 탓이겠거니 하고 견디고 지내던 중이었다. 어느 날부터인지 왼팔을 들지 못 할 정도의 통증이 생겨서 한의원을 찾아가 수차례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하였으나 별 효험이 없었고, 급기야 정형외과를 찾았더니 근육의 석회화가 원인이라며 주사바늘로 으깨서 뽑아내는 처치를 한 후 팔은 겨우 들 수 있게 되었다.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면서 진행상태를 보자는 의사의 권유를 듣고 불현듯 생각난 게 국선도였다.

 국선도 수련의 장점에 대하여는 장기간 수련을 통해 건강을 회복한 외삼촌(수차례의 수술로 쇠약해졌던)과 이모부(컴퓨터를 보지 못할 정도의 중증 시력감퇴)의 권유로 익히 알고는 있었던 터, 곧바로 인터넷을 뒤져서 이 곳 여의도 수련장을 찾아오게 되었다.

 처음 뵙게 된 원장님의 조용하면서도 위엄을 지닌 기품과, 자상한 가르침은 국선도에 우선하여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든 배움에 있어 스승과 제자 사이의 원만한 영적 교감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었기에 여기에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고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심, 정시, 정각, 정도, 정행의 훈을 제창하면서 나의 인생관과도 일치하는데 대하여 마음이 편안해지고 심신 단련뿐만 아니라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되었다.

 처음에는 준비운동을 마친 후 누워서, 서서, 앉아서 하는 단전호흡과 몸을 바로 펴는 기초동작에 주력하였는데 잠도 오고 따분하기도 하였으나 준비운동과 정리운동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겠다 싶어서 열심히 수련장에 나갔다.

 평소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체질이었는데도 이상하리만큼 쉽게 수련에 적응이 되어 갔고, 오히려 저녁시간이 되면 만사를 제쳐두고 수련장을 찾게 되었다.

(나). 중기단법 수련과정과 효과

 드디어 중기단법 행공을 하게 되었고, 여러 가지 동작 중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은 동작은 나를 자괴감에 빠지게 하기도 하였지만, 무리하지 말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조금씩 늘려가라는 원장님의 지침과 선배도우님들의 따뜻한 격려와 체험담은 나도 하면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났고, 수련이 더해감에 따라 세상이 밝아지고, 가슴이 확 트이며, 뿌듯한 자신감이 생겼다. 작은 일에 초조해 하지 않고 어려움 앞에서 대범해지는 것 같고, 초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과연 행복한 선택이었다. 입문동기가 되었던 오십견은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깨끗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다. 참으로 놀라운 변화라고 인식하면서 그렇게 권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진작 입문하지 않았던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앉아서 상체를 곧게 세우는 것, 단전호흡을 의식하면서 행공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아직 여러 동작이 서투른데 승단을 하게 되어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처럼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일부 동작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때가 되어 승단을 하면 쉽게 그에 맞는 몸이 되어가고 승단을 하지 않으면 그곳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원장님 말씀에 따르기로 했다.

 어설프지만 조금씩 가다듬다 보면 언젠가는 바른 마음과 몸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꾸준히 수련을 계속하였다.

(다). 건곤단법 수련과정과 효과

 수련시간이 저녁시간이다 보니 회사에서 항상 일찍 나오기도 어렵고 의외의 일로 빠지게 되는 경우도 생기곤 하여 새벽시간으로 바꾸기로 하였다. 그런데 새벽수련 후 곧장 출근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라서 원장님과 도우님들의 배려로 새벽수련시간을 10분 당겨주셨다. 수련시간까지 변경하게 한 책임감이 빠짐없이 수련을 계속하게 되는 동기가 되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큰 변화였지만, 일어난 후 기분이 금방 좋아진다는 것 또한 전에 없던 큰 변화다. 아마도 나 자신을 위한 투자에 대한 즐거움과 국선도를 통하여 몸이 조금씩 나아져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과 새로운 기대이리라.

 건곤단법에 들어가니 행공동작도 힘들거니와 새벽에 일찍 일어나 수련에 참가하다보니 회의시간에도 졸음이 쏟아질 정도로 잠이 왔다. 다음날 수련을 위해 저녁에 좀 더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고 자연스레 규칙적인 생활이 되어 갔다. 후에는 시간이 많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새벽시간에 수련을 계속하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등구르기를 한 후 쪼그려앉기로 원위치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뭔가 되어 가고 있다는 자신감과 일종의 환희가 느껴졌다. 또한 도저히 안될 것만 같았던 곤(坤)에 축법(丑法)도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되기 시작하였다.

  가슴 뿌듯한 것은 거의 2년 동안이나 꾸준히 운동을 해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본래 운동을 즐기지 않는데다 의지도 모자라서, 골프 말고는 어떤 운동이든 꾸준히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골프는 몸을 한쪽만 사용하므로 망가지게 하는 운동이고, 불만스런 스코어 때문에 늘 스트레스를 받곤 하는데도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필드에는 가끔 나가는데, 늘 짧아서 짜증스러웠던 드라이버 거리가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동료들이 말하는 걸 보면 국선도 수련에서 체득한 상허하실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아직 가부좌자세가 안된 채로 행공하니 무릎이 바닥에 닿지 않고 척추가 곧게 쭉 뻗어지지가 않는다. 허리와 골반도 비뚤어진 것 같아 왼발 오른발을 교대로 반가부좌를 하고 행공을 하였는데 아무래도 시원치는 않았다.

  그러나 행공이 지속됨에 따라 몸이 가벼워지면서 경쾌해지고, 잠이 깊숙이 들며, 단전이 따뜻하고 묵직하게 느껴졌다. 지하철에서 양발 용천과 단전에 은근히 기운을 보내고 단전호흡을 하며 균형을 유지해 보기도 하며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라). 원기단법 전편, 중편, 후편 과정 수련효과

 원기단법에 들어서면서부터 도우님들을 마주보고 준비동작 시범을 보이게 되었다. 이제는 수련에 빠질 수 없는 위치가 되었고, 스스로에게 줄기차게 꾸준히 행공하리라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서히 건강에 자신을 갖기 시작하였는데, 한번은 한국트레킹학교 동문들의 카페가 주관하는 번개트레킹에 갔다가 하체에 기운이 모자라고 지구력 또한 부족함을 느꼈다. 내공 외에 뭔가 더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화중법과 오공법을 열심히 수련하기로 했다.

  정리운동으로 일단 수련을 마친 뒤 시간이 되는 몇몇 도우님들과 화중법과 오공법을 익혀 나갔다. 처음에는 화중법만 한두 차례 해도 다리가 흔들리고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원체 머리에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긴 하지만 이렇게 부실해서야 아니 되겠다 싶어 꾸준히 수련을 해나갔다. 오공법은 한 세 앞으로 나가면 뒤에 있는 세의 동작들이 헷갈리곤 하여 익히기가 매우 까다로왔다. 그러나 정진하다보면 언젠가는 임의로와질 것이다.

  원기단법은 도인도송에서도 나오듯이 말 그대로 육체적 고행의 단법이어서 매월 그 동작이 바뀔 때마다 큰 고통이 수반되었다. 어떤 때는 관절이 몹시 아파서 끙끙 앓기도 하였고, 며칠동안 행공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새로 시작하기도 하였다. 몇몇 동작은 도저히 따라할 수가 없는 것도 있었다. 원장님께서 시범을 보여 주시고, 무리하지 말고 되는 데까지 하면 언젠가는 임의로와질 것이라고 격려하여 주셔서 용기를 갖고 지속할 수 있었다.

  흡지호지도 처음에는 동작이 바뀔 때마다 흐트러졌다가 다시 호흡을 가다듬곤 하였는데 차츰 호흡도 고르게 되고, 그 시간도 조금씩 늘려가게 되었다.

  원기단법 후편으로 승단한 후 생활강사 교육을 들어가게 되었다. 성당의 노인대학생을 위한 국선도소개 10분강의안을 어렵사리 작성하여 제출하고 입교하였다. 밝돌선원! 사진과 말로만 듣던 그곳에 입교하고 보니 대자연의 품에 안긴 듯 포근함마저 느끼며 저절로 수련이 되는 듯하였다. 중기단법과 그 지도법에 관한 교육과 수련이 이어졌는데 그동안 수련했던 것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밝돌선원에서의 교육 후 자연과의 교감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껴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근교 산에 가려고 노력하였다. 한국트레킹학교에서는 정상 정복을 목적으로 하는 등산이 아닌 입산 후 대자연을 느끼며 배우는 목적의 트레킹을 훈련하는데, 이는 우리 국선도 수련과도 상통하는 것으로 보였다. 호흡을 고르게 유지하면서 작은 보폭으로 서서히 걷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마더스틱법을 활용하여 균형을 유지하고 하산시 무릎을 보호할 수 있도록 조심하여 걷는데 차츰 익숙하여지면서 다리에 기운이 차고 지구력도 늘어갔다. 그동안 조금씩외공을 꾸준히 수련한 덕인 것으로 보였다.

(마). 축기과정 수련효과

 축기과정에 들어가면서 정각도의 모든 단법을 다시 해보기로 하였다. 전에 잘 안되던 동작들이 쉽게 되는 것도 있고 여전히 어려운 동작도 있었다. 전보다는 훨씬 호흡이 고르고 흡지호지가 길게 늘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부좌가 조금씩 되어지기도 하였는데 무리는 하지 않기로 하였다.

 심폐기능과 지구력도 상당히 늘어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오고 겨울동안 10여개의 심설산행을 하였다. 조심, 조식하면서 산행을 하다 보니 몸도 상당히 단련이 되었음을 느낀다.

  더운 열기를 원기단법에서 꼭 느껴야 된다는데, 묵직한 기운은 느껴지나 더운 열기 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한 번의 흡지에 축기가 되기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고 남은 기간이라도 열심히 행공하다보면 득도할 수 있으리라.

 (마). 진기승단과 향후 계획

  지난 3월 31일, 마침내 1000일 수련을 거쳐야 하고, 입도 후 1%만이 승단한다는 진기승단을 하게 되었다. 원장님과 우리 수련원 도우님들의 축하를 받으며 45주년 창립기념식장에서 진기단법 도단증을 받았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자상하게 지도해주시고 묵묵히 지켜봐 주신 원장님과 꾸준히 수련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함께 수련해 주신 모든 도우님들께 감사드린다.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수련하여, 국선도를 통해서 전인적인 참사람이 되고 세상을 밝게 보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건강한 사회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국선도를 널리 알려 많은 이가 심신수련을 하여 홍익인간, 광명이세의 밝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이바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