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련 기

박종구

호흡법이건 명상이건 눈 감고 쉬는 원리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십수년전 이른바 진동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다음날 몸이 날아갈듯 가벼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두달 만에 수련을 중단하고 말았지만, 아쉬움이 늘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최근들어 가까운 몇 분의 추천을 믿고 수련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진지하고 때묻지 않은 분위기가 느껴져서 바로 등록을 하고 수련을 시작한 지 4개월. 그동안 불가피한 이유가 없는 한 거의 빠짐없이 출석했다. 처음 두어 달 간은 원장님이 하나씩 가르쳐 주신 자세를 나름대로 적절히 섞어서 연습했다. 지루할 때쯤이면 한 가지씩 더 알려주시는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한 달 전 쯤 부터는 중기단법 전편을 연습하기 시작했는데. 단전호흡이 습관이 되도록 잘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인 듯하다. 단전의 열감이 조금씩 길어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랑이를 벌리고 앉는 자세가 유난히 어렵다. 다리가 그야말로 사시나무 떨리듯 하는데, 전에 경험했던 진동과는 좀 다르고, 좋아지는 과정이라 믿는다. 엉거주춤하게 서는 자세도 아주 어색했지만, 자꾸 연습하다보니 대충 요령을 익힌 것 같다. 등판에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가 되면 확실하게 자리가 잡힐 것이라 기대한다.

세수할 때, 거울을 통해 등판을 보면 굳이 힘을 쓰지 않아도 전보다 펴진 것 같아 흐뭇하다. 초등 학교 때부터 구부정했고, 일종의 콤플렉스였는데, 처음 원장님이 확언하신 대로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가끔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즐거움이다. 그러나 여전히 담배를 즐기고 잡념에 빠지고 작은 일에 매인다. 흐트러진 자세를 자각할 때마다 갈 길이 멀어 보이기도 한다. 수십 년의 습관이 몇 달 만에 좋아지리라 기대하는 것도 욕심이리라.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때에 적절한 기회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도우님들도 정감이 가는 분들이라 더욱 다행스럽다. 언젠가는 말로만 듣던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꾸준히 노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