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수련체험기

중기단법 박종현

“道 닦으며 지냅니다.”

요즘 나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곤 한다. 다소 엉뚱하게도 장난스럽게도 들리지만, 나름대로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수련을 시작한 지 갓 100일을 넘은 주제에 ‘道 닦는다’는 표현을 쓰는 게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확신이 든다. ‘이렇게 살아가야겠구나,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 직장생활 5년차에 접어들면서 찾아온 만성피로와 매너리즘, 조직생활에 대한 회의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원의 길을 찾은 느낌이다. 오래토록 지켜가고 싶은 마음의 상태이다.

어려서부터 유도, 헬스, 마라톤 등 운동을 많이 해왔고, 체력도 남에게 뒤지는 경우가 드물었기에 국선도는 주로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한 방도로 생각하고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국선도를 시작하자마자 육체적인(?)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벌어지지 않는 골반, 올곧게 펴지지 않는 척추가 내 몸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일깨워주었다. 더불어 수련을 할수록 굽고 뻣뻣해진 내 몸이 외형 뿐만이 아닌 내 마음의 모습이구나 하고 자각하게 되었고 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찾게 되었다. 부드러움과 올바름이 그것이다. 여지껏 시달려온 문제들의 원인이 그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32년여의 흔적을 단숨에 지우긴 힘들지만 조금씩 펴져가는 골반과 등뼈를 보며 큰 성취감을 느낀다. 가끔씩 아랫배에서 묵직하게 온기가 느껴지는 날이면 큰 희열을 경험하게 된다. 집중력이 남보다 떨어지는지 진도는 좀 뒤처진다는 생각도 들지만 과정을 즐기는 마음으로 수련에 임한다.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국선도 테두리 내에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직업적 특성상 한 곳에서 오래 수련하진 못할지라도 어릴 적 꿈꿔왔던 무림의 절세고수가 되는 날까지 열심히 수련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사범님의 계속되는 지적을 달게 들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