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기

가호시 (박순희)

아침에 출근하듯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일이 너무 좋다. 요즈음엔 코끝을 스치는 아침 공기가 나를 설레게 한다.

나는 내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국선도를 알게 되었다.

무언가 나를 위해 투자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늦게나마 좋은 분들을 만나 국선도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수련이 부담스러웠다.

굳은 몸을 가지고 준비운동을 하려고 하니 힘들기도 했지만 부끄러웠다. 평소 주위 시선에 민감한 편이었으나, 수련장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제대로 되는 동작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내게는 이판사판이었다. 경직된 몸을 풀어보려고 바동거렸다. 이러는 나를 사범님은 하나하나 세심하게 가르쳐 주셨다. 무조건 시키는 대로 했다. 수련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만 했던 동작 하나 하나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를 느끼게 되자 조금씩 수련이 덜 힘들어지게 되었다.

특히 마지막 숨쉬기 동작이 너무 좋았다. 팔을 벌려 하늘의 천기를 받아들일 때 난 모든 것을 다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발목이 약해서 구부렸다 폈다 하는 일이 겁이 났지만 지금은 발목이 아주 강해졌다. 그리고 발과 하체가 너무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수련 처음에는 몸에 살을 뺄 욕심으로 수련이 끝나면 집에 바로 가지 않았다. 집에 가면 바로 쓰러져 자기 때문이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저녁 때 들어가서 집안일을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은 고단했지만 그래도 개운했다. 올 겨울에는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지냈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탈 없이 지내고 지금은 봄을 맞이하면서 나는 어렴풋이나마 내가 가야할 삶의 길이 보인다. 나는 지난 7개월 동안 국선도 때문에 정말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내 인생의 전환점에 방황하던 나를 구해준 국선도를 나는 사랑하게 되었다.

아직은 호흡도 어렵고 안 되는 동작 많지만 준비운동의 기본수칙을 잘 지키면서 수련을 하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남편도 나의 변한 모습에 시간이 없어도 토요일에 한 번씩 국선도 도장에 나와서 수련을 한다. 처음엔 말다툼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 말 없이 잘 다니고 있다.

나의 모습을 변하게 도와주신 원장님과 조진숙 사범님께 감사드린다.

2008년 3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