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토박이 우리말을 좋아한다.
구수해서 좋고 깊은 맛이 우러나와 좋다. 서민적 정겨움이 흥건하고, 그 숨겨진 뜻이 깊다.
하늘, 물, 바람, 구름, 어머니 엄마, 아버지 아빠, 사랑, 다솜, 고향, 배달, 배짱이, 눈, 홀어미,
홀아비, 새끼, 소리, 소리, 친구, 스승, 눈시울, 눈치, 봄, 여름, 꽁무니, 가을, 숨, 겨울, 누리에
가득하고, 한밭, 씨, 참, 하나, 하니, 푸른들, 자랑, 이슬 같은 눈물, 아름다운 나라, 밝돌터....
이렇듯 토박이 말 하나하나에는 깊고 그윽한 맛이 스며져 있다. 배춧잎처럼 파랗게 살아 숨쉬
고 있다. 모두가 우리 마음을 열게 하고 가슴 찡~하게 만드는 그런 말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말들이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것은 아니다. 의미를 생각하면 피하고 싶은 말들
도 있다.
예를 들면, “싫어!”, “안 돼!”, “저리가!” “그냥요”, “괜찮아!”와 같은 표현들이다.
이러한 말들은 대체로 상대에게 귀찮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낼 때, 또는 어떤 일을 하지 못
하도록 강하게 제동을 걸 때 사용한다. 모두가 듣는 이에게 무관심을 보여줌으로서 충격을 주
는 표현들이다. 위의 예들 중에서, “괜찮아!”라는 표현은 순수 우리말은 아니다. 이 말은 아주
편하게 들리지만 우리를 속 비좁게 만드는 썩 달갑지 않은 표현이다.
“괜찮다.”라는 말은 “관계하지 아니하다.”의 준말이다.
“나는 관계가 없다.” 즉 나 하고는 무관하다. 또는 “관계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가 함의되어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우리는 이 말을 사용한다. “네, 괜찮아요.” [나와는 상관없으니, 너나
알아서 하세요. 좋으실 대로 하세요.]라는 말을 “좋아요.” 또는 “그렇게 하세요." ......이렇게
표현하면 문제될 일 없다. 하지만 “나는 관계하지 않겠다. 나와는 관계없다”는 뜻을 지닌 이
말을 매일 밥 먹듯 사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지금까지 잘 쓰던 말을 갑자기
없애자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보자는 뜻이다.
이 세상에 나와 무관한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 속 크고 작은 모든 존재는 단위(unit)를 가지고 있는 개체이다. 그것들은 독립되어 있으
면서도 다른 개체와의 관계 속에서만이 의미를 갖는 존재들로서,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된
다. 이 개체들은 저마다 다른 유닛과 "서로 내적으로"(inter) 관계하면서 고유한 자신의 정체성
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나와 관계하지 않는다.”, “상관없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괜
찮다.”라는 말의 사용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이해 부족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음을 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