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90주년이다. 3·1운동의 가장 주목할 것의 하나는 세계적 영향이다.
3·1운동은 국내에서 일제의 식민지 무단통치를 파탄,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독립군 무장독립운동을 일으키고, 한민족 독립운동 역량의 비약적 제고, 한국인 독립 열망의 전 세계적 인지를 가져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3·1운동은 당시 '세계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제1차 세계대전이 1918년 11월
일본도 일원이었던 협상국의 승리로 끝나자, 승전국과 일제는 기세가 충천하고 승전국의 식민지·반식민지 민족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3·1운동은
중국 '현대' 탄생의 전환점이라는 5·4운동의 시작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중국은 열강의 반(半)식민지 상태에서 패전국 독일의 조차지였던 산동(山東)반도 조차권을 일본이 인수하기로 야합되어 북경 군벌정권도 이를 승낙하기로 내락되어 있었다. 깨어 있는 중국 지식인들은 통분했으나 저항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이때 한반도에서 자유 독립을 선언하며 3·1운동에 맨손으로 전 민족이 궐기하여 중국 지식인들을 강타하였다. 중국 국민당계 '민국일보(民國日報)'는 연일 3·1운동을 상세히 보도했다. '신청년(新靑年)'을 발행하여 신문화 운동의 지도자가 된 북경대 문과부장 진독수(陳獨秀)가 편집하는 '매주평론(每周評論)'과 북경대학 학생잡지 '신조(新潮)'는 3·1운동을 격찬하면서, 중국인들도 한국 3·1운동의 교훈을 배워 궐기하자고 호소하였다.
북경대학에는 '학생구국회'가 조직되어 '국민(國民)'이란 월간지를 간행했는데, 1919년 4월호는 '조선독립운동특집'을 냈다. 특집에서는 기미독립선언서를 게재하고 3·1운동 관계 평론을 5편이나 실었다.
한국에서는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를 외치는 농민의 한 손을 내리쳐 끊자 다른 손으로 태극기를 집어 들고 독립만세를 불렀는데, 일제의 산동 침탈을 보고만 있는 우리 중국인들은 참담하고 부끄럽다는 요지였다. 이어 학생구국회 간부들은 '국민' 편집실에서 회의하여 5월 4일 천안문 광장에서 봉기하기로 결정하고, 북경시내 각급학교에 이를 통보하였다.
1919년 5월 4일 천안문 광장에 운집한 학생들은 선언문을 낭독하고 5·4운동을 시작했다. 이날 '북경학생선언문'에서는 조선이 "독립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일어섰는데, 전 중국도 일본이 산동(山東)을 뺏으려 하니 일어서자고 호소하였다. 이날의 운동이 전국 주요 도시에 파급되어 5·4운동이 전개된 것이었다. 그러므로 중국 5·4운동은 내부요인을 별도로 하고 외부 영향을 보면 한국 3·1운동의 영향과 파급으로 일어난 것이다.
당시 중국 지식인들은 중국 5·4운동이 한국 3·1운동의 영향으로 일어난 운동임을 흔쾌히 인정하고 3·1운동을 격찬했다. 그 대표적 인물이 진독수(陳獨秀), 부사년(溥斯年), 모택동(毛澤東) 등이다.
또한 한국의 3·1운동은 1919년 4월 5일부터 시작된
인도 국민회의파의 비폭력 독립운동(사타야그라하)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간디는 남아프리카에 있다가 3·1운동의 보도를 읽고 급히 귀국하여 4월 5일부터 '비폭력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3·1운동의 비폭력 방법이 인도 독립운동에 도입되어 인도 독립운동이 활성화된 것이었다.
타고르가 3·1운동 10주년에 한국 찬송시 '동방의 등불'을 써 준 것이나, 네루가 감옥에서 딸에게 써준 '세계사편력'에서 3·1운동을 격찬한 것은 3·1운동의 감명과 영향을 잘 기억한 때문이었다.
미국 식민지였던
필리핀의
마닐라 대학생들이 1919년 6월 독립운동을 일으켰는데, 3·1운동을 언급하면서 큰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영국 식민지였던
이집트의
카이로 대학생들이 1919년 6월 독립운동을 일으켜 아랍 세계에 파급되었는데, 역시 3·1운동의 큰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주목할 것은 3·1운동의 영향과 파급으로 일어난 중국 5·4운동, 인도 국민회의파 독립운동, 필리핀 독립운동, 아랍 독립운동의 주도세력과 정당·단체가 그대로 성장하여 제2차 대전 종결 후, 그 세력에 의해 모두 독립국가 재건국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한국민족의 3·1운동이 이런 엄청난 세계변화의 첫 봉화가 된 것이다.
네루의 '세계사편력'처럼 공정하게 앞으로 온 인류의 새로운 세계사가 학계에서 쓰이는 날이 오면, 인류의 4분의 3에게 새로운 자유의 희망과 광명을 비춰준 첫 봉화로서 한국의 3·1운동은 더욱 높이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