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이 미용

우리 집 막내 애완견 이름은 “팡이” 이다.  강아지 키우는 것을 반대만 하다가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이 우리 집 식구가 되어 키우기 시작한지 벌써 6년째다 처음에는 이상한 냄새가 나서 강아지를 한번 만지거나 하면 꼭 손을 씻었던 나도 이제는 점점 무디어 가고 어느덧 우리 집 가족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 잡게 되었다.

강아지 미용은 당연히 애견미용실에서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5년 동안은 주기적으로 애견 센터에 맡기곤 하였다.  그런데 미용만 하고 집에 오면 한 이틀 동안은 무척 기분나빠하고  피부병이 생겨 늘 병원에 가곤 하였다.

그래서 작년부터 전기면도기를 사용하여 내가 직접 털을 깎아 보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아주 우스운 모양이 되어 온가족이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하였다.  그러다 1~2주가 지나면 털이 자라 괜찮은 모양이 되곤 하였다.

팡이 미용을 하려고 마음을 먹으려면 나 또한 단단히 마음을 잡고 시작을 해야 했다. 왜냐하면,  팡이가 아주 자주 움직이고 발버둥 쳐서 인내심을 시험 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나의 옷에는 강아지 털이 범벅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미용방법은 김치냉장고 위에다가 신문지를 깔고 움직이거나 얼굴을 잽싸게 돌리면 신문지 막대기로 코를 때리거나 엄포를 놓는 것이었다.  이러한 방법도 1~2시간은 약발이 먹히나 그 이상이 되면 나도 팡이도 아주 힘들어 하였다. 

이러한 방법으로 미용을 하다가 면도기 칼날이 무디어 져서 더 이상 면도를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미용은 3/2정도 한 상태로  멈추고 면도기 칼날을 주문하였고,

면도기 칼날은 이틀 후에 집에 도착하였다.  그날은 아침부터 햇볕이 아주 따스하게 비추었다.  나는 햇빛으로 가득한 베란다로 팡이를 데리고 나가 신문지를 깔고 팡이의 발과 등 및 얼굴 부분의 나머지 털을 곱게 다듬었다. 문제는 배와 가슴 부분이었다. 이곳은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여 잘못하면 상처 나기도 쉽고 어려운 부분이었다.

햇볕이 내리쬐니 팡이도 기분 좋아졌는지 가만히 눕히니 그대로 누워있었다. 나는 팡이 예쁘다 하면서 왼손으로 팡이의 배를 만지면 오른손으로 아주 빠르게 움직여 5분 만에 배와 가슴 턱 부분을  면도 할 수 있었다.

때로는 강한 면과 부드러운 면을 교차하면서 털을 자르면 다음에는 좀 더 쉽게 자를 수 있을 것 같다.   깔끔하게 털을 자르고 나니  팡이는 애견 센터에서 자른 것 같이 귀엽고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