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포이동이다.
포이동에서 여의도수련원까지 가려면 여러 노선이 있는데 차만 막히지 않으면 포이동에서 반포본동으로 가는 406번 버스가 최선이다. 반포에서 한 번만 갈아타면 수련장까지 모두 1시간 쯤 걸린다. 오늘 나는 포이동에서 간신히 406번을 타고 기분 좋게 출발을 했다. 버스가 양재를 지나 예술의 전당을 거처 방배역에 왔을 때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버스 앞문이 아닌 내리는 문으로 타려고 하는데 운전기사가 갑자기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할 수 없이 앞문으로 뛰어와서 버스에 승차하자마자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버스 운전사는 큰 목소리로 고함을 치면서 “아주머니 왜 내리는 문으로 타요. 예? 왜 뒷문으로 타냐구? 사고 나면 누구를 잡으려고?”

아주머니 : “아이고 미안해.”

운전기사는 무슨 화풀이라도 하듯이 여전히 고함을 치면서 “아주머니 같은 분 때문에 운전기사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해요? 왜 멀쩡한 문을 놔두고 뒷문으로 타나고요? 예?”

아주머니 : “미안하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고함을 쳐요. 나도 앞문으로 타는 거 아는데 이 버스가 너무 늦게 와서 못 탈까봐 그런 건데... 아유.... 아무튼 미안해요”

악을 바락바락 지르다가 속이 풀렸던지 운전기사는 이내 조용해졌다. 무슨 큰 죄나 지은 사람 처럼 나이든 분을 몰아세우더니 계속 쩔쩔매는 태도를 보고 이내 조용해 진 것이다.

왜 운전기사한테 한 마디 쏘아 붙이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던 내가 부끄러웠다. 운전기사가 내게 대고 “넌 머야!”라고 시비를 걸고 들어 올 것 같아서 그대로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자신이 비겁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한 소리 하는 것인데....

그때 406번 버스 안에는 서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의자에는 승객이 다 앉아 있는 상태였다.

406번의 배차 간격은 15분에서 20분정도로 배차시간을 모르는 사람이 타려면 종종 타기 힘든 경우가 많다. 나는 운전기사의 놀란 마음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할머니가 규칙을 어겼다지만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 기본이 그런지... 각박한 우리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였다. 이 운전기사가 조금만 마음의 여유가 있어도 그러한 몰상식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을 터인데....

뭔가 씁쓸한 기분이 오늘 하루 종일 내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여유 없는 처신들은 비단 운전기사 한 사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이 우리 고유의 수련 문화인 국선도를 알게 되어 단전호흡 수련을 하게 되면 보다 덜 각박한 사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