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집착

“사랑을 하면 여자는 왜 집착을 할까?”

이것은 프리다 칼로가 쓴 책의 이름이다. 프리다 칼로는 맥시코의 유명한 여류 화가다. 그녀는 배가 고프면 화를 버럭 내고, 예쁜 여자만 보면 침을 흘리고 함께 사라져버리는 남편 디에고와 짧은 삶을 살다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여인이다. 그런 남편을 두고 그녀는 친구에게 “난 평생을 디에고를 사랑하느라 보냈고 내 일에 대해서는 게으를 뿐이었어.”라고 적고 있다. 여성들 가운데 특히 예술을 하는 여성들, 이를테면 여성해방의 상징인 실비아 플라스, 현대무용의 창시자 이사도라 덩컨, 조각가 로뎅을 사랑했던 카미유 클로델, 독일의 여류 화가 캐태 콜비츠, 이들은 왜 남자에게 집착하는 삶을 살았을까?

“사랑에 빠지면 여자가 남자보다 아홉 빼 쯤 더 많이 좋아한다.” “신화의 힘” -조셉 캠벨-

남녀의 사랑에 대한 흥미로운 그리스 신화 한토막이 있다.

올림포스 산에서 제우스와 헤라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제우스는 헤라에게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 누가 더 많이 사랑을 느끼는가를 물었다. 헤라는 남자가 그렇다고 했고, 제우스는 여자가 더 많이 느낀다고 주장을 하였다. 그래서 이들은 후일 테베의 예언자가 되는 테이레시아스(Teiresias)를 불러다가 그의 의견을 물었다. 테이레시아스는 여자편이 느끼는 쾌락이 훨씬 더 크다는 제우스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으나, 대체로 남자보다는 여자, 여자 가운데에서도 예술을 하는 여인들이 더 사랑을 많이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신은 형평성을 맞춰주기 위해 산고(産苦)를 여자에게 주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사랑은 많이 느낄수록 집착은 비례하여 커지게 마련이다. 집착은 사랑의 그림자인 셈이다. 집착은 고난과 시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견뎌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학벌과 미모가 출중한 한 여인이 학벌도 없는 남자와 결혼을 해서 수시로 매를 맞으며 술주정 들어가며 살아가는 한 여인을 본 적이 있다. 그 때에는 왜 매를 맞으며 그렇게 사는지.. 이해를 하지 못 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그런 여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사랑과 집착은 여전히 여자 쪽이 더 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여자는 남자와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신체적인 차이뿐만이 아니고 뇌의 구조도 약간 다르다. 남자는 뇌가 생각하고 느끼며 판단하는 일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구조인 반면에 여자의 경우는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운전을 할 때에 남자 운전자는 담배를 피우면서, 휴대전화를 받고, 거리의 교통 상황까지 살펴가며 운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 운전자들은 이러한 일이 가능하지 않다.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예외가 있다면, 감성적으로 느끼는 일에 있어서는 한꺼번에 여러가지 감정을 동시에 가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뒤 따라오는 차량에게 불편함을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성의 신체적 구조 또한 받아들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받는 일에 아주 민감하다. 선물뿐만이 아니다. 감각, 감정에 예민하다. 자고 있는 딸아이를 엄마가 쓰다듬어주면 좋아서 엄마를 꼭 안는다. 그러나 아들 녀석은 귀찮다는 듯이 뿌리쳐버린다. 누구나 받는 일이나 포응해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 없겠으나, 여자는 천성적으로 그 느낌을 더 강하게, 그리고 오래 간직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여성을 남성에 비해 수동적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남성 못지않게 적극적인 여성들이 있으나,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에 여성은 분명 수동적인 측면이 많다. 일에 있어서도 여성은 감수성이 남자들 보다 훨씬 뛰어나다. 감수성이란 외부로부터의 감각적 자극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말한다. 계집아이들이 사내애들보다 더 일찍 성숙함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어도 빨리 배운다. 눈물을 잘 흘리며 감동을 잘 받는다. 그만큼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다는 말이다. 사내아이들 역시 어린 아이 때에는 감수성이 민감하다. 모든 것이 처음 보고 느끼며 겪게 되는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느끼는 감각과 감정의 깊이에 있어서는 여자 아이들이 더 강하고 예민하다.

민감하게 느끼는 감정은 깊게 느낀 만큼 오래가며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좋은 감정이든 불쾌한 감정이든 어떤 감정이 되든지 상관없이 오래 간직된다. 왜 남자들에게는 없는 홧병이 여인들에게만 있었는가? 남자들 또한 숱한 고통을 받으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별 대수롭지도 않는 만난 지 100일 되는 날에서부터, 처음 키스한 날, 식당에서 무슨 일로 다투었던 일, 어느 커피숍에서 비오는 날 베토벤의 로망스를 들으며 사랑고백을 들었던 일 등 등.. 그런 일들에서부터 잡다한 수많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시시껄렁한 일들을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인네들이다. 그래서 무거운 짐을 무겁다 생각하지 않고 많이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교회를 찾는 이들 가운데 여인들이 많은 이유와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리스도 등 우리들이 추앙하는 세계 4대 성현 가운데에 어느 분하나 여인들을 남성과 동일한 반열에 놓은 분은 없었다. 물론 인간의 평등을 말씀하지 않은 분은 한 분도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이브를 아담의 갈비뼈로 만듦으로써 남녀가 같지 않음을 보여 주셨고, 그리스도는 열 두 제자를 두시면서 단 한명의 여인도 포함시키지 않으셨다. 석가모니는 그의 이모가 출가를 허락해 달라고 애원을 하였을 때에 세 번을 거절 하였다. 결국 지켜야 할 계율이 비구보다 더 많음을 주지시키고 그것을 지킬 것을 약속 받고 출가를 허락하였다. 공자는 ‘여인과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한을 품는다.’라는 식으로 부정적인 여성관을 가졌다. 소크라테스 또한 공자와 대동소이한 생각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제자 플라톤은 스승보다 한 술 더 떠서 죄를 많이 지으면 여인으로 태어난다는 말을 하였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는 80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오늘날까지 모든 세계인들의 존경과 추앙을 받고 있는 이들은 왜 유독 여인에 대한 시각이 남자를 보는 것과 같지 않았을까?

그것은 여성들이 많이 느끼기 때문인 것이다. 여인들은 감수성이 많기 때문에 느낀 것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다. 특히 탁월한 감수성을 지닌 예술을 하는 여인들은 더욱 더 사랑에 민감하고 일단 빠지게 되면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깊고 예민하게 박혀버린 감정을 뽑아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처음 태어나자마자, 일정한 시간 안에 어미 소리를 듣거나 생존에 필요한 걷기를 터득하지 못하면, 즉 배움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면,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기간에 동물들, 특히 조류들은 민감한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한 번 각인이 되면 평생을 잊지 않고 간직하게 된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그러나 "결정적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정에 각인되는 현상'이 수시로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각인된 만큼 집착이 강하게 생기게 되며, 또한 그만큼 느끼는 감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심리치료를 할 때에 정신과 의사나 상담자가 내담자를 대상으로 처음 찾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각인된 최초의 감정, 즉 핵심감정이라는 것이다. 동물들은 단 한 번의 각인된 감정을 갖고 살지만,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비교적 다양하고 많은 각인된 감정을 지니며 산다는 점이다. 그녀들이 남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멀티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은 각인된 멀티 감정을 갖고 살기 때문이다. 즉 집착과 그 부산물인 질투감정으로 인하여 그러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극도의 미움이 다시 사랑으로 바뀌어질 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멀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그러한 사랑의 정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부르는 노래가 있다.

“아! 질투도 사랑인 것을~ ”

감정이란 이런 것입니다. 우리를 가슴 벅차게 하고 마음을 들뜨게 만들며, 호흡을 거칠게 만드는 그런 것입니다. 그 감정이 독점적 사랑과 질투의 감정이라면 그것은 더욱 더 멀티적으로... 그리고 파괴적으로 바뀔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파괴적이어도 좋은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어찌하겠습니까? 불나방처럼 그렇게 살다 가는 것이 삶이라고 고집한다면, 그것도 사랑이며 예술인 것을.

“사랑은 죽음처럼 강한 것, 시샘은 저승처럼 극성스러운 것, 어떤 불길이 그보다 거세리오!”

《구약성서 아가 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