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수련 체험기

많은 사람이 그러겠지만, 난 어릴 적,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그 다른 삶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런 삶이 아니었다. 무언가 소박하지만 인간애를 실천을 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그런 삶이었다. 그리고 대학시절 이런저런 대안을 찾아보니 내게 맞는 것이 바로 생태사회였다. 그러다보니 환경단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지금은 정당에서 관련된 일을 있다.

그런데 느리지만 따뜻하게 살고픈 내게 정치라는 공간은 너무나 힘들었다. 우리사회의 치열한 갈등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너무나도 삭막했다. 또한 이슈에 반응하고 이슈에 생산해야 하는 곳이다 보니 생활도 안정적이지 못하고 속도도 너무나 빨랐다. 그리고 국회라는 공간은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마음은 늘 스트레스로 가득했고, 몸은 늘 피로에 절어 있어 당분이 많은 음료로 하루하루를 버티었다.

이렇게 망가져가는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 찾은 곳이 바로 국선도 여의도 수련원이다. 새벽반 첫 수업. 내가 사는 광명시 소하동에서 6시 20분 첫 수련을 시작하는 여의도 수련원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4시 30분에 일어나야 한다. 캄캄한 겨울 새벽잠이 덜 깨 헤롱헤롱하였던 나의 첫 수련은 구르기였다. 처음에는 구르기가 무슨 운동이 될까 싶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구르기를 하고 수련에 임하는 것과 구르기를 하지 않고 수련에 임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일단 구르기를 하면 잡생각을 떨칠 수 있다. 구르다보면 이런저런 잡생각이 떠오르지만,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하나의 잡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다보면 저절로 구르기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구르기를 하다보면 몸이 풀린다. 이렇게 몸이 풀리다보면 준비운동에서부터 정리운동까지가 수월하다.

그리고 국선도의 단전행공도 참으로 신비했다. 다른 도우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의 첫 단전행공은 가만히 누워서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특히 청산선사님의 노랫소리는 현대인에게 너무나도 이질적이지만, 그 노래를 듣고 눈을 감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몸도 편해진다. 그리고 나의 호흡도 그 분의 노랫가락에 맞춰져 안정되어 간다. 그리고 어쩌다 선잠에 들면 보통 머리가 아픈데, 그 시간에는 그런 것 없이 머리가 상대적으로 맑은 것 같다.

지금 나는 중기단법 전편을 수련하고 있다. 아직 많은 동작들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수준이고, 동작을 이어나갈 때 호흡을 놓치고 있지만,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에 마음을 모으다보면 자연스레 몸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불편하고 지금까지 관심을 덜 두었던 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선도를 하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바로 마음의 변화이다. 나는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조급함도 많이 느끼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약간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불안감과 조급함을 조금이나마 떨쳐버리고 있다. 무언가 성급히 이루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정말 오랜 기간의 수련을 통해 몸을 깨우쳐 온 여의도 수련원의 스승님처럼 무엇이든 느리지만 꾸준히 해야겠다는 본을 배워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