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9.

국선도 여의도 수련원

한 상 익

36세에 담석증 수술을 한 것 이외에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지내오던 중 2991년 49세에 고혈압이 발병하여 약을 복용하여 조절이 잘 되어 1주 몇 번 동네 헬스클럽에 다니는 정도로 건강관리를 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50세가 되던 2002년 또 당뇨가 발병 되어 추가로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 원래 집안 내력으로 당뇨병이 앓은 분들이 많아 아버지, 고모, 사촌누이 2분이 다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시어 내심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느낌에 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약과 함께 식사요법과 운동 등을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면서 지내었는데 다행히 고혈압은 약 한 알로 조절이 잘 되었지만 당뇨는 조금씩 조금씩 혈당이 올라가는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가 2006년 봄에 이르러 공복시 혈당이 보통 140이상 되고 때로는170이상이 되어 이대로 가면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무엇인가 좀 다른 방법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평생 형제같이 믿고 지내는 후배가 자기도 몇 달 전부터 아는 사람의 소개로 국선도를 수련하고 있는데 몇 개월 해보니까 정말 좋은 운동이고 심신을 다 아우르는 이상적인 수련법인 것 같다고 아무 말 말고 자기 따라 국선도를 하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한 번 따라와 보라고 강권을 하다시피 하였다.

내 나름 상당히 노력을 하는데도 혈당이 점차 조금씩 올라가 130~150 mg/dl 되고 약을 먹어도 잘 조절이 안되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되나 걱정하던 차에 한 번 더 다른 방법을 구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2006년 9월 당시 종로 3가 백궁 빌딩에 있는 국선도 본원으로 끌고 가 도복을 입히고 수련에 한 번 참여를 하였다. 그런데 국선도라는 이름도 그렇고 수련 시작 전에 태극기와 국선도의 상징인 듯 한 푸른 원에 합장으로 경례를 하고 구호를 외치는 것이 다소 생소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것 둥 도장 분위기가 왠지 국수주의적, 또는 아니면 상당히 민족주의적인 사상인 깔린 운동 같아 약간의 거리낌이 있기도 하였다. 그리고 얼떨결에 가서 한 번 수련을 하였는데 처음에 스트레칭 같은 운동을 하고 이어서 자세를 계속 바꾸며 단전호흡을 하고 나중에 다시 스트레칭 같은 운동을 하는데 새롭기도 하고 저런 정도로 운동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지도하여 주는 수사님들이나 법사님들의 태도가 아주 겸손하고 부드럽고 열심이어서 그런 분위기에 안도와 신뢰가 가서 처음 가졌던 어색함과 의구심이 없어지고 실제 준비운동과 행공, 정리운동을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가락, 발가락으로 지탱을 할 때 너무 아파서 힘들고 어려운 동작이 제대로 안되면 내 몸 상태에 대해 실망을 하였지만 차차 적응이 되고 점차 호흡을 배우고 기가 생기는 느낌에 들어 일종의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운동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올 때 늘 팔자걸음처럼 바깥으로 벌어져 있던 왼쪽 발이 똑바로 놓여 지어 오히려 무릎이 안쪽으로 방향이 꺾인 듯한 느낌이 오면 이 운동이 확실히 몸의 체형을 바꾸는 힘이 있구나 하는 것을 체험하였다. 3달 정도 수련을 하였을 때 매주 6일을 빠지지 않고 2주 연속 수련을 한 후 공복시 혈당을 측정해 보니 109mg/dl 정상이 나와 수련이 확실히 당뇨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본 것 같아 더욱 국선도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그러나 백궁 빌딩 국선도 본원이 직장인 인천과 집인 여의도에서 먼 곳이지만 처음 몇 달 동안은 성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빠지지 않으려고 1주에 4-5회 출석을 하며 열심히 하였다. 3일을 연속 수련을 하면 어려운 자세나 동작을 할 때 확실히 좀 더 잘 되고 기(氣)도 조금씩 더해지는 느낌을 가지고, 하루, 이틀 거르고 나가면 기가 다시없어져 이 전 상태로 되고 하는 것을 느끼면서 빠지지 않고 수련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2007년부터 직장의 운영자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점차 어려워져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지고 수련에 장기간 빠지게 되면서 계속하는 것이 힘들어져 6개월 이상을 못하고 되어 계속 하려면 집에서 가까운 수련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2008년 여의도 수련원을 수소문하여 옮기게 되었다.

여의도 수련원은 본원보다 너무 작고 천장도 낮아 처음엔 아주 답답한 느낌이 있어 다시 본원으로 돌아갈 까 하는 생각도 났었다. 수련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때론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도 정확하지가 않아 시간 맞추는 것도 불편하고 약속시간이 있을 때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차차 이곳 분위기에 익숙해져 요즘엔 오히려 내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나와 혼자 수련도 하고, 시간 나는 대로 잠시 들러 준비운동만 하고 가기도 하여 미안할 때도 있다. 또한 더 좋은 것은 수련생이 많지 않으니 원장님의 지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본원에서 지도받지 못했던 수련 동작 각각에서 주의해야 세심한 부분들과 그 배경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되어 생각을 하면서 수련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각 동작들을 완벽하게 하려고 무리한 동작을 하지 말고 우선적으로 호흡을 안정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듣고 그동안 잘못한 것을 깨닫게 된 것인데 이 부분은 나의 조급함과 지나친 완벽성으로 시정이 잘 안 되는 부분이다. 다만 원장님의 세심하고 늘 다양하고 새로운 효과적인 수련 방법을 개발하시어 수련생들을 지도하시는 것에 어느 도장 보다 오히려 좋은 수련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중기 단법을 지나 건곤 단법으로 넘어 가면서 점차 수련 초기 가졌던 국선도에 대한 마술적인 환상은 없어진 것 같다. 많은 경우 뭔가 새로운 것을 접하고 처음엔 신선한 느낌과 희망을 가지게 되면 일방적인 짝사랑과 허니문 시기를 겪게 되는데 그런 느낌은 좀 정리된 것 같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매일 수련하지 않고 국선도를 1 주 중에 며칠 좀 하고 있다는 것으로는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없다는 상식적인 생각을 확실히 하게 되고 남의 탓이나 환경을 탓하고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역시 수련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는 것이다.

수련 기간의 원기 단법에 접어들면서 인사예절, 도복의 색깔, 훈, 정각도 원리 , 선도주 등 국선도 도장의 문화와 분위기가 일견 어떤 민족 종교의 한 분파인가 하는 느낌이나,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하는 수련법이라기보다 근본적으로 어떤 종교적 지향이 있는 것 같아 평생 기독교를 믿어 온 사람으로서 약간의 거부감도 점차 없어지고 일단 몸의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기대로 수련을 계속하였다.

지금까지 수련을 계속 해 오던 것을 돌이켜 보면 처음 백궁 빌딩 본원에서 수련 할 때 당시 지도자 수련을 받기 위해 상주하던 젊은 수사 두 분이 기혈순환법과 호흡법을 가르쳐주었는데 두 사람 모두 예의바르고 늘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면서 매우 인상이 깊었고 교대로 나와 지도하여 주시던 몇 분의 법사님들도 아주 부드럽고 배려심이 깊은 태도와 늘 미소를 띠우는 모습인 것을 보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국선도 수련이 몸의 건강만을 위한 수련이 아니라 마음도 닦고 인격의 수양이 깊어지는 전인적인 수련이라는 것을 체험하였고 그 원리도 유, 불, 선 삼교가 통합된 우리 고유의 풍류도 같은 우리 민족의 자랑할 만한 전인적인 수련법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내가 국선도 수련을 하는 것이 내가 다니는 기독교 교단인 감리교회의 토착화신학을 추구하는 전통과 이어질 수도 있고 역시 내가 지향하는 유, 불, 선 3교에 기독교 신학을 통합한 다석 유 영모 선생님의 신학적 태도와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연구도 하고 제대로 수련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건강과 수련에 관련되어서 살펴보면 수련 초기 나름 종로에 있는 본원에 1주 3-4 회 정도 출석하려고 열심을 내어 때로 하루도 안 빠지고 다녀 간 혹 어떨 때는 혈당이 정상이 되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일과 먼 거리로 인해 1주 2-3회 정도 출석하게 되고 때로는 몇 달 못나가기도 하는 등 수련이 원만히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되었다. 초기에 수련의 반응이 몸에 체험이 되어 몸이 가볍고 원기 왕성함을 느낄 때는 마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당뇨가 완전히 나을 것 같다는 환상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제대로 수련을 하지 못할 때 혈당이 여전히 높고, 때론 한 동안 열심히 했는데도 예상대로 혈당이 떨어지지 않으면 더 실망을 하였지만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수련을 이어갔다.

인격적 수련 면에서 경험으로 여의도 도장에서 수련을 시작한 후 다른 수련생들이 뒷정리와 청소를 하는데 나는 본원에서는 별로 말씀이 없던 것이어서 원래 하던 대로 수련마치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집으로 가다가 원장님께서 청소도 수련이니 같이 하고 가면 좋겠다는 말씀에 공동체의 일원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깨달음도 얻고, 40년 만에 어려서 같이 지낸 친구도 만나는 등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있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이제는 내가 국선도를 몸 건강만을 위해서 하는 수련이 아니라 몸, 마음을 아우르는 전인적 수련법이라는 국선도 본연의 목적에 체험적으로 동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루어지는 내공의 모든 수련과정 중에 이루어지는 몸의 자세, 동작, 순서 와 단전호흡과 명상을 하면서 우주와 몸의 원리를 어떻게 이토록 조직적, 체계적으로 구현하였는지 수련하면서 매번 마음으로 감탄하고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국선도에 입문한지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제 원기단법을 대략 수련하였고, 그나마 제대로 완성된 수준도 아니고 국선도 단법 9가지 중 겨우 첫 단계인 정각도 3단을 마치고 있고, 외공 수련도 겨우 시작 한 상태로 앞으로 수련할 내용과 과정이 많이 남아 있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짐하려고 한다.

마지막 다짐으로 애초 나의 국선도 수련 동기인 당뇨나 고혈압 등 몸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몸의 수련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몸과 마음이 하나인 것처럼 늘 마음 수련도 함께 하여 전인적 수련의 길을 체험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이 든다. 앞으로는 국선도 관련된 저서와 원리도 더욱 깊이 있게 공부하고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수련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욱 열과 성을 다해 보려고 한다. 그리하여 매일 빠지지 않고 수련하게 되면 언젠가는 혈압과 당뇨뿐 아니라 나의 심신전체가 더욱 건강해 질 것이란 가지고 최선을 다해 수련을 요즘도 믿음을 가지고 수련을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