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수련기

2014년 4월 19일

한 상 익

  36세에 담석증 수술을 한 것 이외에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지내오던 중 49세에 고혈압이 발병하여 약을 복용하여 조절이 잘 되어 동네 1주 몇 번 헬스클럽에 다니는 정도고 건강관리를 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50세가 되던 2002년 또 당뇨가 발병 되어 추가로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 원래 집안 내력으로 당뇨병이 앓은 분들이 많아 아버지, 고모, 사촌누이 2분이 다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시어 내심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느낌에 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약과 함께 식사요법과 운동 등을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면서 지내었는데 다행이 고혈압은 약 한 알로 조절이 잘 되었지만 당뇨는 조금씩 조금씩 혈당이 올라가는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가 2006년 봄에 이르러 공복시 혈당이 보통 140이상 되고 때로는170이상이 되어 이대로 가면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무엇인가 좀 다른 방법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평생 형제같이 믿고 지내는 후배가 자기도 몇 달 전부터 아는 사람의 소개로 국선도를 수련하고 있는데 아무 말 말고 자기 따라 국선도를 하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한 번 따라와 보라고 강권을 하다시피 하며 당시 종로 3가 국선도 본원으로 끌고 가 도복을 입히고 수련에 한 번 참여를 하도록 하였다. 얼떨결에 가서 한 번 수련을 하였는데 처음에 스트레칭 같은 운동을 하고 이어서 자세를 계속 바꾸며 단전호흡을 하고 나중에 다시 스트레칭 같은 운동을 하는데 새롭기도 하고 저런 정도로 운동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인사예절, 도복의 색깔, 훈, 정각도 원리 , 선도주 등 국선도 도장의 문화와 분위기가 일견 어떤 민족 종교의 한 분파인가 하는 느낌도 들고,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하는 수련법이라기보다 근본적으로 어떤 종교적 지향이 있는 것 같아 평생 기독교를 믿어 온 사람으로서 약간의 거부감도 있었지만 일단 몸의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기대로 수련을 시작하였다. 처음에 당시 지도자 수련을 받기 위해 상주하던 젊은 수사 두 분이 기혈순환법과 호흡법을 가르쳐주었는데 두 사람 모두 예의바르고 늘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면서 매우 인상이 깊었고 사범이신 몇 분의 법사님들도 아주 부드럽고 배려심이 깊은 태도와 늘 미소를 띠우는 모습인 것을 보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국선도 수련이 몸의 건강만을 위한 수련이 아니라 마음도 닦고 인격의 수양이 깊어지는 전인적인 수련이라는 것을 체험하였고 그 원리도 유, 불, 선 삼교와 우리 고유의 풍류도 같은 것이 모두 통합된 우리 민족의 자랑할 만한 전인적인 수련법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내가 국선도 수련을 하는 것이 내가 다니는 감리교회의 토착화신학을 추구하는 전통과 이어질 수도 있고 역시 유, 불, 선 3교에 기독교 신학을 통합한 다석 유 영모 선생님의 신학적 태도를 가지는 것과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연구도 하고 제대로 수련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나름 종로에 있는 본원에 1주 3-4 회 정도 출석하려고 열심을 내어 때로 하루도 안 빠지고 다녀 간 혹 어떨 때는 혈당이 정상이 되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일과 먼 거리로 인해 1주 2-3회 정도 출석하게 되고 때로는 몇 달 못나가기도 하는 등 수련이 원만히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되었다. 초기에 수련의 반응이 몸에 체험이 되어 몸이 가볍고 원기왕성함을 느낄 때는 마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당뇨가 완전히 나을 것 같다는 환상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제대로 수련을 하지 못할 때 혈당이 여전히 높고, 때론 한 동안 열심히 했는데도 예상대로 혈당이 떨어지지 않으면 더 실망을 하였지만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수련을 이어갔다.

그런대 아무래도 인천 부평에 있는 근무처에서 종로 3가에 있는 도장까지 너무 멀어 매일 가는 것에 부담이 되어 집 근처의 도장을 찾아보던 중 마침 여의도 수련원이 있어 2008년에 도장을 옮기어 지금에 이르렀다. 처음에 여의도 수련원은 도장 규모가 작고 천장도 낮아 답답하고 락카 룸도 좁고 샤워도 할 수 없어 불편한 느낌이 한동안 있었지만 원장님의 세심하고 늘 다양하고 새로운 지도법을 개발하시어 수련생들을 지도하시는 것에 어느 도장 보다 오히려 좋은 수련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의도 도장에서 수련을 시작한 후 본원에서 하던 대로 수련마치고 다른 수련생들이 뒷정리와 청소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집으로 가다가 원장님께서 청소도 수련이니 같이 하고 가면 좋겠다는 말씀에 큰 깨달음도 얻고 40년 만에 어려서 같이 지낸 친구도 만나는 등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있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이제는 내가 국선도를 몸 건강만을 위해서 하는 수련이 아니라 몸, 마음을 아우르는 전인적 수련법이라는 국선도 본연의 목적에 체험적으로 동의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루어지는 내공의 모든 수련과정 중에 이루어지는 몸의 자세, 동작, 순서 와 단전호흡과 명상을 하면서 우주와 몸의 원리를 어떻게 이토록 조직적, 체계적으로 구현하였는지 수련하면서 매번 마음으로 감탄하고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이제 원기단법을 수련 중이지만 제대로 완성된 수준도 아니고 국선도 단번 9가지 중 겨우 첫 단계인 정각도 3단을 마치지도 못한 상태로 외공 수련은 시작도 안 한 상태로 앞으로 수련할 내용과 과정이 많이 남아 있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짐하려고 한다.

대개 나의 수련 동기인 당뇨나 고혈압 등 몸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몸의 수련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몸과 마음이 하나인 것처럼 늘 마음 수련도 함께 하여 전인적 수련의 길을 체험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이 든다. 앞으로는 국선도 관련된 저서와 원리도 공부하고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수련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욱 열과 성을 다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