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체험기

서현아

  국선도 수련을 시작한 지 어느덧 9개월이 다 되어갑니다[토요 집중수련 7개월]. 몇 년씩 수련하신 분들에 비하면 부끄러울 정도로 짧은 기간이지만, 언제 이렇게 됐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지나온 시간을 헤아리다보니 지금까지 제가 수련을 어떻게 해왔나를 생각하게 되고, 수련원에 처음 왔을 때, 또 마지막으로 수련체험기를 썼을 때와 비교해 지금 저는 무엇이 달라졌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제 몸이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건강하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어 놀랐고, 더불어 수련을 하며 몸이 유연해져가는 게, 좋지 않았던 곳이 점점 좋아져가는 게 마냥 신기하고 기쁘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선도 수련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점점 더 깊이 깨닫게 되었고, 처음에 비해 몸이 달라지고 좋아지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잘하고 싶어 조급해지는 마음을 누르려고, 몸이 생각대로 따라오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국선도 수련에 몸담은 시간이 쌓일수록 욕심도 많아져 기대치가 높아진 건지, 지금 더 안 좋았어야 했을 몸이 그나마 수련 덕분에 이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건지, 이것도 몸이 좋아지는 과정인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피곤하거나 하면 가끔 생겼던 비염이 언제부턴가는 간혹 낫는 듯하면서도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고, 이따금 예전 같이 찌르거나 쥐어짜는 듯한 두통, 뱃속에 차가운 돌덩이가 들어앉은 것 같은 생리통이 엄습하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어깨나 가슴 쪽의 근육이 경직돼 아플 때도 있습니다. 애초에 좋지 않았던 곳이 가끔 재발하기도 하며 좋아진다는 원장님의 말씀을 듣긴 했지만, 원장님께서 여러 가지 처방을 해주시는데도 쉬이 낫지 않는 게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컨디션도 요즘 특히 들쑥날쑥해서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웠던 몸이 두어 시간 만에 물 먹은 솜처럼 가라앉고, 그랬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나아지고 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 달 전쯤, 행공을 하면서 처음으로 단전의 기운을 느껴본 건 그나마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 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장님과 다른 수련하시는 분들을 통해 여러 번 듣긴 했지만 그런 게 정말로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던 기감이라는 것을 느껴보고서, 그래도 제가 수련을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행공할 때마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조금씩 단전의 기운을 느끼고 있고, 흡지호지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 점점 그 기운을 더 분명하게, 더 길게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번 승단했을 때 이후로는, 말하자면 저에게 슬럼프가 온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슬럼프를 잘 극복하면 더 큰 성장과 발전이 있는 것처럼, 국선도 수련 역시 그러리라 믿습니다. 욕심 내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며 잘, 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