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련 2년 8개월째

  올해 2월초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지럼증으로 인해 병원을 누비며 원인을 찾고자 애를 쓴 적이 있다. 동작을 바꿀 때마다 찾아오는 극심한 어지럼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웠고, 앉지도 눕지도 잘 먹지도 못하면서 한달여를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의지할 때라곤 오직 국선도 도장을 매일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수련을 따라하는 것 뿐이었다. 물론 어지럼증으로 인해 동작을 따라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어 행공시간마다 잠을 청하곤 했었다. 

일상 생활중 나는 항상 몸과 마음이 바삐 뛰어 다니는 느낌이 들곤 했다. 호흡도 상기되어 머리가 무겁고, 가슴은 답답하고 소화도 잘 안되고 목구멍에서는 신물이 자주 넘어오곤 했다. 현대인들에게 너나할 것 없이 발견된다는 스트레스성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을 20년 가까이 달고 살면서도 내몸에 큰 문제가 생길 거란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이가 40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수면위로 내몸의 문제가 하나 둘씩 노출되고 있다.  

나는 그동안 국선도에 적을 두고 다니면서 어떻게 수련을 따라 했었나? 왜 수련하는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

  나는 처음에는 스트레칭 정도로 1년여를 다녔던 것 같다. 몸은 많이 유연해졌고 피곤함도 많이 없어졌다. 이후 토요 특별수련을 참석하면서 국선도의 원리, 행공동작을 매일 따라하는 것의 중요성, 호흡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 덕분에 점차 가끔은 내몸과 호흡에 집중하며 행공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 많이 수월해졌다.

  하지만 잘 안되는 것이 역시 호흡이었다. 지난주 수련시간에도 회사에 밀려둔 급한 일들이 머릿속에 남아 수련중 호흡에 나를 맡기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잔뜩 몸에 힘이 들어가 호흡이 가슴에 얹힌 듯 답답하였고, 어느 순간 가슴이 콩닥거렸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는 제대로 나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고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그런대로 잘 따라 해 왔지만 행공 동작에선 중요한 호흡을 놓친 상태로 수련을 이어오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늦게 국선도를 접한 만큼 내몸의 변화를 제대로 끌어내자면 가장 기본이 되는 호흡과 동작을 잘 일치시켜야 그동안 쌓아온 몸의 질병과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지난주와 같은 허다한 사례로 행공을 이어왔으니 빨리 바꿔야 했다. 그래서 원장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몸이 긴장되어 힘이 안 빠지는 상황에서 준비운동을 마친 후 누워 큰 호흡을 해보았다. 순간 엄청 졸린 느낌이 밀려왔다. 그러다 일어나 행공을 하는데 또 힘이 들어가고 호흡이 안 내려 갔다. 다시 한번 큰 호흡을 했다. 호흡만 바라보았다. 허튼 생각이 들어오는 순간 호흡, 호흡, 단전, 단전을 되 뇌이며 단전을 눈앞에 크게 그렸다. 호흡이 쑥 내려가며 숨이 쉬어진다. 이렇게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아 잘되네 하는 순간 핑도는 느낌이 든다. 어느새 내가 나도 모르게 무리하게 호흡을 했는지 다시 기운이 상기되었다. 나는 다시 한번 호흡을 따라가 본다. 다시 집중이 되는 듯하다. 

아직 근육이 풀리지 못해 못 따라하는 행공이 많지만 호흡에 마음을 싣고 집중하다보면 더 빨리 내몸이 이완되고 단전이 단단해 질 거란 믿음이 생긴다. 나는 매순간 이완을 시키려 노력하며 회사일중에도 중간중간 호흡을 내리곤 한다. 이제 어지럼증은 없어졌다. 하지만 근본적인 내 생활의 변화 없이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생각에 수련기간 2년 8개월만에 매순간 호흡을 생각하려, 바라보려, 내리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