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수련원 김성신

수련을 시작한지 이제 만 1년이 지났습니다. ‘굽은 등판과 무릎이 쫙 펴지고 숨길이 저 발가락 끝까지 뻗쳤다가 머리로 돌아와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졌습니다’ 라고 쓰고 싶었지만 게으른 습관의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배두나가 주연한 ‘공기인형’이라는 일본영화가 있습니다. 인형이 사람의 마음을 갖게 되어버려 사람과 사랑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숨쉬기 수련을 1년간 해오고 나니 다른 각도에서 영화가 보이게 되었습니다. 1월 12일 토요일 집중수련시간에 원장님이 흡은 음이고 수동적인 것이고 호는 양이고 능동적인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인형은 처음에 스스로가 아닌 주인의 의지에 의해 흡을 하게 되어 생명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나중엔 스스로 펌프질을 해서 공기를 채워 넣고 사람처럼 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의 느낌을 궁금해 하니까 자발적으로 호를 하여 그 느낌을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인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반복적인 숨쉬기는 어려우나 생명의 핵심에 숨쉬기가 있다는 점은 전달이 된 듯합니다.

수련을 처음 시작할 땐 들숨, 날숨을 의식하면서 집중하여 숨 쉬는 것이 둘 다 무척 어려웠습니다. 현재는 날숨을 제대로 내쉬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호흡 수련은 마음 수련이라 쉽지 않다고 하십니다. 영화 속의 공기인형은 굳은 근육, 뼈가 없이 오직 공기의 길로만 이루어져 있어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임독맥 유통이 되지만 현실속의 저는 몸의 굳은 부분은 물론이고 그동안 살아오며 뭉친 감정의 덩어리까지 구석구석 맺혀 있어 숨통이 제대로 트이질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게 1년이란 시간은 호흡의 묘미를 체득하기에는 태부족한 기간인가 봅니다. 또한 굳은 몸이 풀리면서 생기는 통증을 감내하며 매일 제대로 숨 쉬려고 짬을 내어 노력해야 하는데 핑계거리만 생기면 게으른 천성이 발동하여 ‘저는 원래 이래요. 해도 안 돼요.’ 라고 말하는 공부 못하는 학생처럼 행동한 책임도 있습니다.

그래도 1년간의 수련을 통해서 제 욕심보다는 한참 모자라지만 전보다 나아진 점도 여럿 있습니다. 우선 잠 잘 때 남편의 짧은 호흡소리가 거슬리게 들릴 정도로 제 호흡이 상대적으로 조금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체조를 통해 골반이 많이 풀렸습니다. 그러나 이는 얼얼한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수련을 빠지고 싶은 유혹도 자주 불러일으킵니다. 등산할 때 하산 길 가파른 곳에서 늘 겁을 먹었었는데 그 공포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지병인 당뇨는 수련을 하면 즉각 수치가 좋아지지만 저녁 수련 후에 허기를 못 참고 먹고 바로 쓰러져 자는 일이 잦아져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안 좋아져버렸습니다. 조심, 조식, 조신에 저는 조식탐을 추가해야 합니다.

수련초기에 원장님이 등허리 쪽에 따뜻한 기운을 넣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날 집에 가서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데 마치 뱃속에 풀무가 들어간 것처럼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훅훅하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이틀 지나니 사라져버린 그 뱃속의 풀무를 저도 하나 갖고 싶습니다. 공기 빠진 인형처럼 쭈그러진 채로 다니지 않고 충분히 들어 마셔 속속들이 빵빵해졌다가 남김없이 뱉어낼 수 있는 날을 경험하길 고대합니다.

띠 색깔이 바뀔 때마다 수련기를 쓰면서 욕심만 많은 자신과 마주하는 심적 고통이 큽니다.^^ 그래도 늘 격려해 주시며 대자연의 기운을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풀무질해주시는 부지런하신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2013년 1월 18일

自在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