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등구르기를 한 후 쪼그려앉기로 원위치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뭔가 되어 가고 있다는 자신감과 일종의 환희가 느껴졌다. 또한 도저히 안될 것만 같았던 곤(坤)에 축법(丑法)도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되기 시작하였다.

가슴 뿌듯한 것은 거의 2년 동안이나 꾸준히 운동을 해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본래 운동을 즐기지 않는데다 의지도 모자라서, 골프 말고는 어떤 운동이든 꾸준히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골프는 몸을 한쪽만 사용하므로써 망가지게 하는 운동이고, 불만스런 스코아 때문에 늘 스트레스를 받곤 하는데도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연습장에 가서 꾸준히 연습하면 되겠지만 그 또한 시간과 여러가지 여건이 여의치 못하기 때문에 또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필드에는 가끔 나가는데, 늘 짧아서 짜증스러웠던 드라이버 거리가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동료들이 말하는 걸 보면 국선도 수련에서 체득한 상허하실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어쨌거나, 골프는 한쪽 근육을 주로 사용하게 되니 몸을 망가뜨리는 운동이라 자주 연습하기가 겁나고, 얼마동안 꾸준히 해오던 수영은 수질오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소독제로 인하여 편도선암에 걸리게 되었다고 생각되는 아픈 추억 때문에 그만두게 되었다.

 이런 나에게 국선도는 목마른 행자에게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었다.

정심, 정시, 정각, 정도, 정행의 훈을 복창하며 마음 깊이 새기고, 기지게 켜기로 시작되는 준비운동을 한 후, 도인도송을 들으며 호흡을 가다듬으면 깊은 산의 울창한 숲속에 누워있는 것 같은 평화로움을 느낀다.

때론 어려운 동작의 행공에 힘겹기도 하지만, 서서히 변화되어가는 몸을 들여다보며(內觀), 한번 숨을 마실 때마다 기가 모인다는 생각으로 하고, 숨을 내쉴 때는 몸 안의 모든 악기를 내보낸다는 생각으로 내쉬면서 행공을 하면 묵직한 단기를 느끼게 된다.

정리운동과 기신법으로 기혈유통을 하고, 화중법, 오공법의 외공을 배운 후, 원장님의 특선차(茶)를 한잔 받아들고, 수련원을 나설 때의 상쾌하고 평화로운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가부좌 자세와 발 뻗고 앉아서 허리를 곧게 펴는 기본동작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물론 줄기차게 수련하다 보면, 기운이 쭉 뻗쳐서 등구르기처럼 언젠가는 자연스레 되는 날이 오리라 희망을 걸어본다.

끝으로 한결같이 자상하게 지도해주시고, 노력한 만큼 된다는 신념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원장님과, 여명을 헤치고 달려와 활력을 주는 도반들에게 감사드린다.

원기승단 후 한 달이나 지난 날에 송구스런 마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