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기 

                                                                                                                   가호시  (박순희)

비가 억수로 퍼부어 대고 있다.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말이 조금 실감이 날듯하다.

년 초에 중기 후편으로 승단을 하고 난 뒤로 몸이 많이 힘들었다. 수련을 하면 할수록 진전은 없이 힘만 더 들고 왠지 모르게 퇴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동작이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았다. 서서히 수련에 대한 의욕과 열정은 식어가게 되고 빠지는 날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호흡은 내려가지 않아 때로 상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호흡 중에 잡생각이 나서 깊은 호흡을 하기도 어려웠다. 수련에도 슬럼프가 있을까? 그래서 부담 없는 등 구르기만 틈나는 대로 했다. 준비 운동 전에 하는 등 구르기 동작은 여러 모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았다. 등 구르기는 수련 슬럼프를 벗어나도록 힘이 되어 주었다.

선도주 중에 몸으로 체득해 지혜와 능력을 얻으라는 “체지체능”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제 모든 동작을 내 몸으로 스스로 느끼면서 무언가 막연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련원을 들어서는 데 원장님과 조사범님의 멋진 오공법 행공 동작을 보고 그 자리에 서서 끝날 때까지 지켜보았다.

너무 멋있게 보였다.

나도 저렇게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쳤다.

당장은 나와 거리가 먼 외공 동작이지만 이 몸도 언젠가 풀리면 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푸른 초원 위에서 날렵하게 행공을 하는 내 모습을 그리면서 다시 수련을 열심히 시작했다.

몸을 완전히 말아서 등 구르기를 하라는 원장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시키는 대로 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나는 내게 맞는 만큼만 하기로 했다. 못 하는 동작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이렇게 욕심을 내지 않고 지금의 내 몸을 사랑하면서 잘 가꾸어가야겠다는 점을 뒤늦게 터득 한 것이다.

지금은 살이 3kg이나 빠졌다. 남들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내 몸이 굉장히 가벼워졌다. 국선도를 몰랐다면 나는 살 때문에 힘들었을 것 같다. 이것저것 살 빼기 위해 바동거려도 빠지지 않던 살이 어느 순간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엔 옷에 땀이 흥건하게 젖어도 열심히 수련을 한다. 수련을 끝내고 나올 때에는 정말 기분이 좋다.

국선도 수련은 무병장수를 위해서 하는 거라기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성실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원장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언제나 몸을 사리지 않고 꼼꼼히 이해할 때까지 잘 설명해 주고 지도해 주시는 원장님과 조사범님께 사랑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